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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길에서]‘부모 배경 사회’에 막힌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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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타임즈 작성일19-10-29 23:41 조회1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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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만일 윤씨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것이라면, 왜 하필 그에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A : 윤씨는 고아에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다. 돈 없고 빽 없으니 변호인도 제대로 쓸 수 없었고 어떻게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지 몰랐다. 가혹행위를 당해도 경찰에 달려가 ‘왜 우리 애 고문시키냐’며 난리쳐줄 부모가 없는 거다.(중앙일보 10월8일자, 8차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청주교도소에서 20년간 옥살이한 윤씨를 담당한 교도관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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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았더라면 윤씨는 지금도 억울함의 감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1988년 9월 경기도 화성의 한 가정집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8차 사건은 화성 사건 중 유일하게 범인을 붙잡았고 ‘모방 범죄’로 결론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윤씨는 이춘재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약자들을 국가는 보호하기는커녕 무시하고 누명을 씌웠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심하게 저는 사람이 1m 높이 담을 뛰어넘어 피해자 집에 침입했다는 상식을 뛰어넘는 경찰 결론에도 기소나 재판 과정에서 합리적 의심은 없었다. 윤씨가 “고문에 의한 허위 진술”이라고 호소했지만 2심과 3심 모두 이를 기각했다. 국선 변호인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엄혹했던 시절, 부모는 자식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였다. 영화 <변호인>에서 부산에서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던 송우석(송강호)이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든 계기는 어디로 끌려간지도 모르는 아들을 찾아내 제발 면회만이라도 시켜달라는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이었다.

1980년대 억압의 시절을 딛고 민주화를 이룩한 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인 2019년 우리는 30년 전보다 얼마나 발전한 것일까. 부모 없이도 안전하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행복할 권리를 추구할 수 있는가.

결론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부모 없는 아이들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어린 나이에 ‘자립을 당한다’. 보육원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 아동’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2017년 전체 보호 종료 아동의 대학 진학률은 13.7%에 그쳤다. 매년 2000명 이상이 ‘보호 종료 아동’이 된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지자체가 주는 몇백만원의 지원금으로 살 집을 구해야 한다. 연평균 임금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해도 생활은 궁핍하고 아프기라도 하면 미래를 위해 저축한 돈도 사라진다.

공공 영역이 사회적 약자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사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자녀의 미래가 결정되는 ‘신분 사회’가 고착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계층이동의 사다리로서 역할을 했던 교육 분야에서 기득권을 통한 기회의 대물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잘나가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부모 찬스’를 써가며 스펙을 쌓고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부모의 재정적 뒷바라지로 해외로 유학을 떠나거나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전문직 자격증을 노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가 2주 인턴 후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된 것이나 낮은 성적에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은 것이 알려진 이후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공정한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5일 관계장관회의를 마치고 “부모의 힘이 자녀의 입시와 취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직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늦은 감이 많다.

‘조국 사태’는 광장을 둘로 쪼개놨고, 진보를 갈랐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는 이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조국 사퇴’ 이후에도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도리어 대통령이 공정의 화두로 제시한 ‘정시 확대’는 그동안 어렵게 마련해왔던 ‘교육의 공정성’이란 판 자체를 엎어뜨릴 태세다.

정시 확대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공정의 잣대이기는커녕 ‘문제풀이식 교육’ ‘잠자는 고3 교실 재현’을 부추길 위험성이 크다. 공교육 정상화와 학교 서열화 해소라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철학과는 상극이다. 정시에서 유리한 계층은 고소득층이다. 진보 시민단체, 교육감협의회 등 문 대통령의 우호세력들까지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문재인 정부 2년6개월 동안 선의로 추진된 대책들 중 세밀한 정책적 준비가 되지 않아 궤도를 벗어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대통령의 선한 의지만으로 예상되는 정책적 우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가. 정책을 성공시킬 능력과 자신감은 갖고 있는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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