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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차이나 2019’와 ‘USA 2019’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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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검찰타임즈 작성일19-06-30 22:03 조회1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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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우 기획 에디터

BBC의 베이징 특파원인 스티븐 맥도넬은 최근 중국판 카카오톡인 텐센트의 위챗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봉변을 당했다. 지난 4일 홍콩에서 열린 톈안먼 사건 30주년 기념행사를 취재하고 사진을 올리자 중국 지인들이 무슨 행사인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 물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국 젊은이들은 톈안먼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위챗으로 몇 마디 답변을 올리자 맥도넬 특파원의 계정은 정지됐다.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유였다. 다음날 벌금을 내고 난 후에야 계정이 복구됐다.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로그인하려니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것을 인정하라’는 필수 동의 항목이 나타났다. 동의 버튼을 누르자 얼굴과 목소리를 등록할 차례였다. 맥도넬 특파원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얼굴을 대고 중국어 숫자를 큰 소리로 읽어야 했다”며 “중국 정부는 위챗을 통해 사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을 트위터에 공개하자 사람들은 “왜 빅브러더가 사생활을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느냐”고 물었다. 맥도넬 특파원은 답했다.  

      

“아마도 이렇게 묻는 사람은 중국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위챗 없이 중국에서 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직장에서는 명함 대신 위챗 아이디를 교환한다. 데이트, 영화 표 예매, 뉴스 시청, 심지어 식사 때도 위챗을 통한다. 이런 중국에서 정상적인 삶을 원한다면 중국 공산당, 특히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는 편이 좋다. 이것이 2019년의 중국이다(This is China 2019).”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만날 예정이다. 정상회담의 가장 큰 주제는 두 나라의 무역분쟁이다. 하지만 화웨이 제재 해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견해차가 크다. 이번 회담에서 통 큰 합의를 이루기도 쉽지 않거니와, 표면적으로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실질적인 무역 정상화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단순히 중국의 무역 흑자가 문제가 아니라 ‘차이나 2019’와 ‘USA 2019’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위챗으로 자국 시민을 통제하고, 화웨이로 해외 정보를 빼돌리는 중국식 자본주의를 더는 용납할 생각이 없다. 중국은 나랏돈으로 기업을 키우고, 그 기업이 싼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사생활이나 지식재산권은 외면했다. 캐나다 통신장비업체 노텔을 해킹해 정보를 빼돌리고 결국 파산으로 몰고 간 화웨이, 중국 내에서 구글·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차단하고 시장을 장악한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교역 질서’는 현재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당장 대중국 수출이 주춤할 수 있고, 누구 편인지 확실히 하라는 중국의 압박도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식 자본주의의 공세는 당분간 주춤할 수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예민한 후각과 불굴의 투쟁심, 그리고 팀플레이’로 물불 안 가리고 덤비는 ‘늑대 문화’를 강조한다. 우리가 경험한 박정희 시대의 ‘하면 된다’식 경제개발 논리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사람을 갈아 넣고, 상명하복을 강조하고, 정부 눈치만 보는 경영으로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수인 새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중국식 자본주의가 흔들리는 지금이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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