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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은 약 나올까…서서히 베일 벗는 '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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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검찰타임즈 작성일24-05-08 22:54 조회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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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을 느낄 때 유쾌함을 느끼고 쓴 맛을 섭취할 때 불쾌함을 느끼는 인체 메커니즘은 때때로 건강관리의 걸림돌이 된다. 부모들은 쓴 맛의 감기약을 먹기 싫어하는 어린아이 때문에 고생한다. 나이 든 성인들도 몸에 좋은 쓴 음식을 멀리하곤 한다. 맛은 사람이 에너지원을 섭취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맛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된다면 맛에 구애받지 않고 유익한 에너지원을 섭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분자 수준에서 인간이 맛을 느끼는 과정을 파헤치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전보다 좋은 맛을 내는 식품을 개발하고 '쓰지 않은 약'을 자유롭게 만들 날이 멀지 않았단 이야기다. 

 

● 20년 만에 확인된 쓴 맛 메커니즘

 

3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맛의 메커니즘이 쓰고 있는 베일을 서서히 벗겨내고 있다. 브라이언 로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연구팀은 쓴 맛 분자가 작용하는 수용체인 'TAS2R14'의 자세한 구조를 밝혀낸 연구 결과를 지난달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TAS2R14은 100가지 이상의 쓴 맛을 구별할 수 있는 민감한 수용체다. 연구팀은 TAS2R14이 쓴 맛과 접촉하면 쓴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수용체의 특정한 지점에 쐐기를 박고 자리잡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화학물질은 수용체의 단백질 모양을 변화시켜 특정한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메커니즘은 쓴 맛 수용체의 활성화를 유도해 뇌의 미각 피질로 신호를 보내면 뇌가 쓴 맛을 감지하는 것이다. 복잡한 신호 체계는 일순간에 발생했다.

 

연구 논문의 1저자인 김유중 노스캐롤라이나대 박사후 연구원은 "이전까지는 단 맛, 쓴 맛, 감칠맛의 수용체 구조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며 "생화학적 방법과 컴퓨터 분석을 결합한 이번 연구로 쓴맛 수용체의 구조와 우리의 혀가 쓴 맛 감각을 초기화하는 메커니즘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 맛 메커니즘 규명, 왜 어려웠나

 

쓴 맛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의 시작은 2000년으로 돌아간다. 미국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 연구팀이 쓴 맛 수용체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로 'TAS2R'을 지목한 논문이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되면서다. 2010년에는 독일 인간영양연구소 연구팀이 어떤 화학물질들이 TAS2R의 수용체들을 활성화시키는지 밝혀냈다.

 

하지만 이후 쓴 맛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기술이 정교하지 못했던 탓이다.

 

쓴 맛 감지 수용체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라고 불리는 세포막 단백질이다. 세포막 단백질이란 세포 막에 위치하며 세포 외부의 호르몬이나 쓴 맛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세포막에서 단백질을 분리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세포막에서 분리해낼 때 단백질은 불안정해지기 쉬워 본래의 형태가 망가지고 뭉치는 경우가 많다. 쓴 맛 수용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포막 단백질의 구조를 규명하고 정제하는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난관을 넘을 수 있었다. 세포실험, 구조결정, 동물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이 이전보다 진보한 것도 맛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 NIH, 산업계가 주목하는 맛의 메커니즘

 

맛 인지 메커니즘은 단순히 좋은 맛을 내는 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맛 감지는 인체의 '본능적인 방어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쓴 맛을 회피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쓴 맛을 내는 물질이 인간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운 화학물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쓴 맛에 불쾌감을 느끼는 메커니즘은 잠재적 독성 물질을 피하도록 해주는 '1차 방어 시스템'이다.

 

맛의 메커니즘이 중요한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도 탐구해야 할 주제가 산적해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쓴 맛 수용체가 장, 갑상선, 뇌, 신장, 난소, 흉선 등 구강 외 인체 기관 조직에서도 다양하게 만들어지며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 맛 수용체가 몸 안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며 이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은 현재 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과제 중 하나다.

 

연구자들은 맛 수용체의 자세한 구조 정보를 알면 체내에서 수용체와 결합하는 물질(리간드)이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대해서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학 선도국의 주요기관과 기업체가 맛의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쓴 맛 메커니즘을 밝힌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산업계에선 맛 감지 수용체가 몸 안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역할들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쓴 맛 인지에 관여하는 TAS2R14 수용체는 100개 이상의 화합물을 감지할 수 있어 다양한 화합물의 구조와 결합 부위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입 안 외 세포에서 수행하는 기능이 명확하게 밝혀진다면 이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타깃으로 응용할 수 있다.

 

● 맛 메커니즘, 콜레스테롤 질환 해법으로 발전할까

 

학계는 맛 메커니즘이 다양한 질환 치료에 응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TAS2R14 수용체는 콜레스테롤의 화학적 구조와 유사한 담즙산 등의 물질을 통해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새롭게 보고됐다. 소뇌, 콩팥, 소장 등 다양한 장기 조직에서 만들어진다는 특성도 함께 밝혀졌다. 이러한 특성은 콜레스테롤이나 담즙산 대사에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약물 개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맛의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이번에 메커니즘이 밝혀진 쓴 맛 수용체도 입 안 외 조직에서 정확히 어떤 화학물질을 인지하면서 기능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모호하다. 쓴 맛을 제외한 다른 '5미'의 맛 감지 수용체는 아직 구조조차 규명되지 않았다. 맛 감지 원리의 비밀을 풀기 위해선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쓴 맛 메커니즘 규명 연구를 이끈 김유중 연구원은 "맛 수용체의 구조와 기능 연구는 인간의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사람이 맛 감지를 통해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고, 불쾌감을 느끼는지 규명하는 연구에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맛 감지의 초기 과정은 혀에서 일어나지만 결국 뇌로 이어지는 신호전달과 그 정보 처리가 일어나는 과정에 학자로서 궁금증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방면에서 맛 감지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출처/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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