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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 못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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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검찰타임즈 작성일18-09-27 12:36 조회3,0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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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 시각) 실리콘밸리의 중심 지역 중 하나인 산타클라라 몬태규 테크 단지 곳곳에서는 임대(Leasing)라는 현수막과 푯말들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시스코·인텔·삼성전자·엔비디아·NXP 같은 글로벌 IT 기업 연구소와 본사가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건물 하나 건너 하나꼴로 임대 간판이 붙어 있었고, 일부 건물은 전체가 텅 비어 있는 곳도 있었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와 새너제이 중심가를 제외하면 실리콘밸리 어느 지역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기업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난 자리에 새로운 기업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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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건물 입구에‘임대(For Lease)’라고 써놓은 간판이 세워져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빈 사무실을 임대 놓는다는 푯말이나 현수막을 건 건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에 비견되며 세계 혁신 수도로 군림하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임대료와 생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글로벌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가 아닌 뉴욕, LA, 싱가포르, 중국 선전(深玔) 등을 새로운 근거지로 삶고 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인 구글·페이스북도 주요 사업 거점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 등장한 공실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기업들이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신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거점을 외부로 이전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은 지난 3월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 빌딩을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사들였다. 구글은 이곳을 동부 지역의 AI 거점으로 삼고 인재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캐나다 토론토, 미국 시애틀에 AI센터를 짓고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버·도요타 같은 자율주행차 기업들은 실리콘밸리 대신 미국 피츠버그와 피닉스에 둥지를 틀고 있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자인 피터 틸도 올 초 집과 사무실을 모두 LA로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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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도 더 이상 실리콘밸리를 고집하지 않는다. 미국의 스타트업 분석 업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1160억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유니콘) 중 35%가 중국에 있고, 실리콘밸리에는 16%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미국 전체 벤처 투자금 230억달러(약 25조6800억원) 중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들어간 돈도 41%에 그쳤다. 한때 미국 전체 벤처 투자금의 3분의 2까지 독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비중이 크게 줄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다 작년 미국 LA에서 창업한 82랩스의 이시선 대표는 "LA는 물가도 싸고 우수한 인재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영입할 수 있다. 굳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로 모이는 사람들의 증가세도 꺾였다. 작년 출생·사망 같은 자연적 변화를 제외한 인구 증감 추이를 보면 실리콘밸리는 308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1년 이후 매년 1만5000여명 이상 증가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50분의 1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의 싱크탱크인 베이 에이리어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중 46%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脫)실리콘밸리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상상을 초월하는 물가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같은 실리콘밸리 지역은 집값·월세·식비 같은 주거 비용이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주택 가격 중간값(median)은 94만달러(약 10억5000만원)로 미국 평균 주택 중간값의 4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인재 유치 비용도 급격히 올라가는 추세다. 구글·페이스북 같은 IT 대기업들은 신입 직원들에게 최소 10만달러 이상의 급여를 제시해야 한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분석의 박사급 직원들에게는 최소 수십만달러를 지급해야 하고 임금과는 별개로 대규모 보너스(주식)도 제공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금액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같은 돈을 받아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생활비에 허덕이는 반면 LA나 다른 지역에서는 여유롭게 살 수 있다"면서 "집값이 너무 비싸 과거처럼 스타트업들이 창고에서 창업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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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 중심 지역인 팰로앨토 도로에 주차된 캠핑용 차량들. 비싼 물가와 주거 비용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집 대신 구형 캠핑카를 사서 불법 주차해두고 사는 모습을 실리콘밸리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탈실리콘밸리 현상과 함께 미국 다른 도시와 해외에서 포스트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창업 허브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콘텐츠나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은 LA, 핀테크는 금융 중심지인 월가가 자리 잡은 뉴욕, 바이오는 하버드대·MIT(매사추세츠공과대)가 있는 보스턴이나 샌디에이고가 실리콘밸리보다 훨씬 창업하기 좋다는 것이다. 또 싱가포르는 블록체인 분야, 중국 선전은 하드웨어,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피츠버그는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들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화상 회의와 전화 회의 시스템의 발달로 투자 유치를 위해 굳이 실리콘밸리까지 갈 이유가 없어진 것도 실리콘밸리 쇠락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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