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친서까지 일방 공개한 北 “갈 이유 못 찾았다”
페이지 정보
검찰타임즈 작성일19-11-21 20:13 조회1,425회 댓글0건본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하는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이 21일 공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고 밝혔다.
통신은 “친서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다.
비공개로 전달된 정상 간 친서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 통신은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왔다”고 보도해 마치 정부가 북한에 매달리는 듯했다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또 문 대통령 친서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답신이 아닌, 조선중앙통신이라는 관영 매체 보도로 입장을 밝혀 이중 결례를 초래했다.
이때문에 북한이 친서 공개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정부를 압박했다는 지적이다.
통신은 “남조선 당국도 북남 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민족 공조가 아닌 외세 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지금 이 순간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관계 문제를 들고 미국에로의 구걸 행각에 올랐다니 애당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 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은 지난해 북·미 가교 역할을 했지만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입지가 크게 축소됐다. 북·미는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직거래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데 북한이 이번 친서 공개로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또 보여주며 중재자 입지가 더욱 위축됐다.
여기에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으로 한·미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라 정부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서 압박받는 ‘이중고’에 놓인 형국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도 힘들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한국을 배제한 채 대미 직거래로 현안을 풀려는 태도가 굳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공개한 친서의 전달 경로를 놓곤 청와대 또는 국가정보원 라인이 가동됐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말 문 대통령의 모친 강한옥 여사 별세 때 판문점에서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에게 김 위원장의 조의문을 전달했다. 이번 친서가 그 이후인 11월 5일 북측에 전달된 점을 미뤄볼 때 지난달 윤 실장이 나섰던 연락 채널이 다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