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며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지되 야권 일부를 자유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규정해 통합 대상에서 배제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광역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명령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안팎의 도전에 맞서 투쟁하지 않는다면 오월의 정신을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팎의 도전’을 명시한데는 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일부를 겨냥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념사에 이어 거듭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는 표현을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제안한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게 담지 않았다.

기념사에는 ‘하나’라는 표현이 세 차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을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심체”라고 한 뒤 “오월의 정신으로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됐다.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고 말했다. 이날 방명록에도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했다. 1997년 국가기념일이 된 후 보수 정부 현직 대통령의 연속 참석은 처음이다. 헌화와 분향은 ‘오월의 어머니’들과 함께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오월어머니회 15명을 ‘민주의 문’에서 직접 영접해 헌화와 분향을 함께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주먹을 쥐고 팔을 흔들며 제창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1묘역로 이동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고초를 겪다 사망한 전영진·김재영·정윤식씨의 묘역을 참배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 등의 영정이 모셔진 유영봉안소도 찾았다.

기념식에는 정부와 여당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장관 14명, 대통령실 수석 6명과 비서관들, 국민의힘 국회의원 90여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명이 함께 참석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민주당은 “빈수레만 요란한 기념사”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정으로 오월 정신을 계승하고 싶다면 민주당이 제안한 ‘5.18 헌법전문 수록’ 원포인트 개헌 논의부터 응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