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예비경선(컷오프)을 원희룡 전 제주지사, 유승민 전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가나다순)이 통과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대표는 탈락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다음 달 5일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이번 컷오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 70%, 당원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홍원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4명의 후보는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힘을 쏟아달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관위는 정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일까지 공표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2차 예비경선 순위와 후보별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당원 투표 결과가 포함된 종합 순위 공표는 가능하다’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유권해석에 따라 본지가 취재한 결과, 종합 1위는 윤석열, 2위 홍준표, 3위 유승민, 4위 원희룡 후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득표율 차는 근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많은 지지를 확인했다”고 했고, 홍 의원 측은 “윤 전 총장과 접전 양상을 만들어낸 만큼 본 경선에서 역전을 노리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여권의 집중 표적이 되면서 야당 지지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홍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일반 여론조사에서 상승세인 상황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부족한 저에게 많은 지지를 보내줘 감사드린다”며 “저 자신부터 성찰의 자세를 갖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을 받들지 못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며 “심기일전해 반드시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대선 본선 경쟁력을 더욱 부각할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깨끗한 홍준표가 정권 교체를 이루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겠다”면서 “G7 선진국 시대를 열어 청년들에겐 꿈과 희망을, 장년들에게는 여유와 안락을 주는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이번 컷오프에서 홍 의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높게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남은 기간 당심을 얻는 데 더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고평가된 거품주로는 간교하고 뻔뻔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이길 수 없다”며 “탄탄한 우량주, 도덕성과 정책 능력에 있어 절대 우위에 있는 저 유승민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 측은 “본경선에선 정책·공약 대결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품격 있는 토론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정권 교체를 해내라는 국민 명령을 받들겠다”며 “이재명 지사의 민낯을 드러내고 국민적 심판을 통한 정권 교체를 해내겠다”고 했다. 원 전 지사 측은 “4강전 진출은 저평가 블루칩의 위력이 나타난 것”이라며 “공격적인 정책 대결로 역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4강전에 오른 후보들은 다음 달 5일까지 4주간 총 8차례 토론회를 치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 간 상호 공격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당심(黨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본경선은 앞선 1·2차 예비경선과 달리 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최근 신규 책임당원이 20여 만명 증가해 50만 가까이 본경선 투표권을 갖게 됐다. 국민의힘은 후보 캠프별로 지지자에게 당원 가입을 독려한 데다 이준석 대표 선출 후 젊은 층 입당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규 당원의 절반가량인 20~40대 당원 표심의 향방도 관심이다.

본경선에서 5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는 1·2차 예비경선 여론조사 같은 ‘적합도’ 조사 대신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야권 후보로 적합한 사람’ 대신 오는 10일 확정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일대일 가상 대결 조사를 해 지수화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국민의힘 본경선이 본격 시작돼 최종 후보 자리를 둘러싼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