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 평화통일 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왼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11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 당국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오른쪽)과 북측 대표 전종수 조국 평화통일 위원회 서기국 부국장(왼쪽)이 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11일 개성에서 남북관계 전반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당국회담을 8년 만에 개최했지만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남북이 서로 원하는 관심사가 다르고 각 현안마다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이다. 이날 밤늦게까지 탐색전을 벌인 남북 대표단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자 12일 회의를 속개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전 10시 40분 회담 장소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만난 남북 대표단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덕담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북측 수석대표로 나선 전종수 단장은 서울에서 일찍 출발한 우리 측 대표단의 안부를 물은 뒤 “겨울이라 바깥 날씨는 차지만, 북남관계는 따뜻한 봄볕이 오게끔 쌍방이 노력하자”고 운을 뗐다.

그러자 한시에 조예가 깊은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김구 선생의 애송시로 알려진 서산대사의 ‘답설야중(踏雪野中)’이라는 시로 화답했다. 황 차관은 “들판에 눈이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갈지자로 걷지 말고, 서로 잘 걸어가라는 의미를 담은 시”라고 의미를 설명한 뒤 “1차 당국회담인 만큼 우리가 첫 길을 잘 내어 통일로 가는 큰 길을 열자”고 말했다. 이에 전종수 단장도 “우리가 장벽을 허물어서 곬(골)을 메우고 길을 열고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양측은 30분 만에 오전 전체회의를 끝냈다. 이후 개별적으로 점심식사를 마친 뒤 7시간 만인 오후 6시가 돼서야 남북 수석대표 간에 1차 접촉을 1시간 가량 이어갔다. 오후 내내 회담 재개가 지연되자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 어느 한쪽이 전향적 제안을 내놓는 바람에 상부에 보고를 하고 훈령을 기다리느라 늦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양측은 2시간 30분이 지난 9시 40분에 2차 접촉을 시작했지만 얼굴을 맞댄 지 15분 만에 헤어진 뒤 12일 회의 속개에만 합의했다.

협상에서 우리 측은 이산가족의 생사 전면확인 등 근본적 문제 해결과 민생ㆍ환경ㆍ문화 등 3대 통로, DMZ(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을 비롯해 일종의 협상 유인책으로 북한과의 개발협력사업 등에 대해 한꺼번에 풀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우리 측 대표단 수행원이 회담장에‘지역단위 개발사업 조감도’란 제목의 책자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살포나 북한 인권 문제 비판에 대해 불편한 심기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현안을 풀어가는 방법론에서도 양측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 측은 회담 정례화 등 대화 통로를 차분히 이어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북측은 이를 대화 타령이라고 간주하며, 빅딜을 통한 원샷 담판을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8년 만에 남북이 머리를 맞댄 만큼 탐색전 성격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에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원칙적으로 합의하되, 남은 과제는 적십자 회담으로 넘기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회담 틀을 만들어 논의하자는 선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2월 설 명절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금강산에는 방문단 파견 형식으로 물꼬를 튼 뒤 이후 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식으로 절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개성=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