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새벽 쏴 올린 ‘화성-15형’은 적어도 사정거리상으로는 분명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사거리만 보면 7월 두 차례 발사한 ‘화성-14형’보다 훨씬 진전된 형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벼운 핵탄두를 실어 사거리를 늘렸을 가능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수도인 동부 워싱턴까지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화성-15형을 선보인 건 ICBM의 사거리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18분 평양 교외에서 발사된 화성-15형은 고도가 4,475㎞까지 올라갔고 53분 간 960㎞를 비행했다. 7월 4일 발사된 화성-14형의 고도와 비행 거리가 각각 2,802㎞, 933㎞였고 비행 시간은 39분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화성-15형의 고도는 1.6배 높고 비행 거리ㆍ시간이 모두 길다. 같은 달 28일 발사된 화성-14형이 45분간 998㎞를 날았고 3,724㎞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화성-15형의 경우, 비행 거리가 약간 모자라지만 고도는 이번이 훨씬 높다.

통상 전문가들은 최고 고도의 2~3배를 최대 비행 거리로 추산한다. 이를 적용하면 이번 미사일이 정상각으로 발사됐을 경우 최소 9,000㎞, 최대 1만3,000㎞를 날았을 것으로 계산된다. 한미 군사 전문가들은 화성-15형의 비행 거리가 북한 ICBM 중 최대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화성-14형의 3차 발사로 보이는 이번 시험은 사거리 증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500~600㎏짜리 표준 탄두를 싣는다면 9,000㎞ 정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전문가 분석을 인용, 이 정도 사거리면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동부까지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일부에선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급급해 획기적 개량은 이루지 못했을 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영근 교수는 “단기에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 가능한 직경과 길이의 ICBM급 1단 주(主)엔진을 개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보조엔진을 늘리는 방식으로 2단 엔진 성능을 개선해 화성-15형으로 명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성-15형 발사가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 용도였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엇갈린다. 정상 각도로 발사해야 재진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고각 발사로도 재진입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의견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없지 않다”며 “(기술 검증이 어떻게 가능한지) 누구도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일본 등 일부에서 제기되는 다탄두 미사일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영근 교수는 “미 ICBM인 미니트맨의 다탄두용 후추진체(PBV)는 무게만 1,000㎏”이라며 “기존 북한 미사일의 2단 구조와 엔진 추력으로 미국까지 미사일을 보내는 건 어림도 없다”고 했다.  출처/한국일보